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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탐방(Spicy Ver.)

대전 유성구에 미친 디테일로 본인을 홀린 제주도 고깃집이다 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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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돈 입구

본인은 디테일에 환장하는 변태다.

이건 거의 병이다.

본인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이런 것까지 신경을 썼지?' 하다가

마음속으로 발 박수를 치고 있다 이 말이다.

봉준호
봉테일이다.

그런 본인이 이번에 다녀온 곳은 대전 유성구에 있는 ‘상대돈’이라는 고깃집이다.

이름부터 뭔가 고향 돼지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은가.

본인은 개고기 빼고 돼지고기를 제일 좋아한다.

이번에도 돼지고기 맛집을 찾아갔는데 이 집이 본인의 똘끼를 자극할 줄은 몰랐다.

 

문열었슈문닫았슈

입구부터 이 집은 심상치 않았다.

문패에 ‘OPEN’과 ‘CLOSED’라고 안 쓰고

‘물 열었슈’ ‘문 닫았슈’라고 써놓은 것이다.

이거 완전 제주도 스타일 아닌가?

본인도 제주도 출신은 아니지만 이런 지역 색깔 살리는 디테일은 칭찬해 줘야 마땅하다.

사장님은 분명 디테일에 미쳐서 밤낮으로 고민했을 것이다.

그래, 이 사장님, 본인과 같은 부류다. 디테일 변태.


상대돈 메뉴판 1상대돈 메뉴판 2상대돈 메뉴판 3상대돈 메뉴판 4
상대돈 메뉴판 5상대돈 메뉴판 6

자리에 앉아 일단 갈매기살을 주문했다.

메뉴판을 보는데 딱히 고민할 거리가 없다.

갈매기살, 삼겹살, 목살… 딱 세 가지.

본인은 고민하는 걸 싫어한다.

특히 메뉴판 앞에서 고민하는 건 인생의 낭비다.

그래서 이 단순하고 깔끔한 메뉴 구성부터 마음에 들었다.

라이스 페이퍼
라이스 페이퍼
우렁쌈장1우렁쌈장2
우렁 쌈장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깃집인데 쌈을 싸 먹으라고 라이스페이퍼를 준다.

처음엔 이 집 미쳤나 싶었다.

무슨 고깃집에서 월남쌈을 먹나 싶었는데 우렁쌈장파채까지 같이 싸먹으니 이건 뭐,

고기 맛에 우렁의 고소함과 파채의 알싸함이 더해져 미칠 지경이었다.

이건 마치 돼지고기 먹으러 왔는데 고기 집 사장님이 한식과 베트남 음식으로

입 안에서 퓨전 쇼를 펼치는 것 같다 이 말이다.

본인은 이런 예측 불가한 맛의 향연에 또다시 홀렸다.

칠성사이다 제로
음료도 짝맞추기 디테일이란 말이다!
기본반찬1기본반찬2
기본 반찬(왼쪽에 초록 대벌레 같이 생긴 놈은 미나리다.)
초벌된 고기

고기는 초벌이 돼서 나왔다.

아, 이 디테일 역시 감동적이다.

고기를 빨리 먹고 싶어 안달 난 본인에게 초벌 고기는 한 줄기 빛과 같다.

고깃집 가서 고기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건 고문이다.

고기 익는 동안 친구 얼굴 쳐다보는 게 제일 싫다.

이 집은 그런 인간의 고통을 반으로 줄여주니 거의 구원이다.

고기가 익을 때까지 멀뚱멀뚱 앉아있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다.

이 집은 그런 멍청한 짓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멜젓 맞다.

그런데 여기서 미친 디테일이 하나 더 나온다. 바로 ‘멜젓’이다.

이건 메뉴판에 없다.

사장님한테 따로 말해야 받을 수 있는 숨겨진 비밀소스였다.

본인은 이런 것에 미치고 돌아버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바로 달라고 했다.

 

이 멜젓은 뭐랭하맨 유튜브 쇼츠를 보고 배운 대로

고추 들어간 거 확인하고

마늘이랑 소주를 부어서 끓였다.

분명 이 집은 제주도 컨셉에 진심인 게 틀림없다.

 

멜젓에 돼지고기를 찍어먹으니 입안에 제주도 바다가 펼쳐진다.

분명 나는 돼지고기를 먹고 있는데 왜 저 멀리서 해녀가 손을 흔들며

'멜젓 덜 찍언! 푹 담가 먹으라 이 쉐꺄!'라고 하는 것 같지?

이 향은 부정적인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제주도 바다의 향이 응축되어 있는 것 같았다.

본인은 그 자리에서 소주를 마시며 이 디테일에 취해버렸다.

한라산 앞면한라산 뒷면

이 집에는 제주도 소주인 한라산도 있었다.

순한 16도짜리와 21도짜리.

본인은 당연히 21도짜리 오리지널로 갔다.

본인은 진로의 빨간 뚜껑 선생을 좋아하는 남자다.

사실 소주 별로 기대 안 했다.

한국 소주는 타피오카 전분으로 만든 싸구려 '주정'으로 만든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한라산은 목 넘김이 찌릿찌릿한 것은 있었지만 끝맛이 아주 깔끔했다

자세히 보니 한국 쌀 증류주라고 적혀있더라.

역시 좋은 것은 알아봐야 한다.

오늘 새로운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그런데 이 집의 끝판왕 디테일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직원 분이 계속 쳐다보시며 부족한 게 없는지 살피고 바로바로 채워주셨다.

본인도 INFJ라 이런 것에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친절하게 잘해주시니 그저 고맙다.

무엇보다 이 집 직원들은 고기를 한 번 뒤집어주거나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알려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다.

이런 서비스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

손님이 왕 대접받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 집에는 또 다른 비장의 무기가 숨겨져 있었다.

바로 껍데기다.

본인은 원래 껍데기 잘 안 먹는다.

특히 갈색으로 된 껍데기는 느끼해서 지나가던 개도 안 주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빨간 껍데기는 아오키지 아이스 에이지 맞아도 맛도리로 먹는 사람인데,

갈색 껍데기는 정말 쳐다도 안 봤다.

근데 여기 껍데기는 콩가루랑 너무 조화가 잘 맞았다.

고소함의 끝을 보여줬다.

그동안 내가 먹었던 갈색 껍데기는 껍데기가 아니었다 이 말이다!

 

 

볶음밥

그리고 볶음밥을 주문했다.

보통 고깃집 가면 남은 고기랑 밥이랑 김치 넣고 자리에서 볶아주지 않는가.

그러면 고기 남겨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얼마나 남겨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데,

여기는 그럴 필요가 없다.

볶음밥은 안에서 다 볶아서 나온다.

본인처럼 고민하는 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기가 막힌 시스템이다.

깔끔하게 다 먹었다!

치실이 있는 고깃집

그런데 계산대 앞에 이쑤시개랑 같이 일회용 치실이 놓여있었다.

본인은 이런 센스는 어떤 음식점에서도 본 적이 없다.

이쑤시개보다 훨씬 잘 빠진다 이말이다!

이쑤시개로 쑤시다 자칫하면 잇몸에서 피를 봐서 피 맛이 나는데

이런 일회용 치실은 치아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긁어내주니 얼마나 좋은가.

이건 본인에게 있어서 혁명이다.

진정한 디테일의 끝판왕.

이걸 놓은 사장님을 만나보고 싶다.


 

여자친구는 이 집에 별점 4.0점을 줬다.

이 여자는 맛있으면 4점부터 깔고 간다.

 

본인은 어떻게 줬냐고?

본인은 이성적인 승부사다.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포멀 해서 기본 2.0점을 주고,

제주도 컨셉 디테일에 0.5점을 추가했다.

멜젓이랑 한라산 소주 등에서 제주도의 향이 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회용 치실 혁신에 0.5점을 더 얹어

총점 3.0점을 주겠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맛있게 먹고 돌아왔다.

다만 본인은 쌈 싸 먹는 것을 귀찮아하고 고깃집에 가도 그저 쌈장에 찍어 먹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것이 귀찮았을 뿐이다.

그럼 이만.

 

그분 : ★★★★☆

본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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